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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커넥트 번역총서
여행텍스트와 이동하는 문화

여행텍스트와 이동하는 문화

저자
애니타 퍼킨스
역자
최일만
출판사
서울 : 앨피
출판일
2020.02.28
떠나기 위해 돌아오는가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가
거주하기와 여행하기의 영원한 순환

모빌리티 이론에 역사성을 입히면?

18세기 후반과 20세기 후반의 여행 체험을 비교한 최초의 시도. 유럽의 세 시대, 고대 그리스/안장시대/현대의 모빌리티 형태를 비교하여 모빌리티 이론의 장에 ‘역사성’이라는 새로운 요소를 도입했다. 역사적으로 모빌리티는 늘 동일한 형태가 아니었고,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로운 형태를 가지며, 그 시대에 고유한 새로운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이다. 물론 모빌리티 이론이 역사성을 완전히 도외시했던 것은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모빌리티 이론이 그 자체로 역사성을 함축한다고 말할 수 있다. 현대사회와 이전 사회의 차이가 바로 모빌리티 이론 자체를 동기부여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에 따른 모빌리티의 구체적 형태를 파악하면서 이들을 비교하는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퍼킨스가 파고드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원문 -

이 책은 Anita Perkins의 Travel Texts and Moving Cultures (Peter Lang, 2016)​ 의 번역본입니다.

고대 그리스/18세기 유럽/현대

퍼킨스는 유럽의 세 시대, 즉 고대 그리스, 18~19세기 유럽의 “안장시대”, 현대의 모빌리티 형태를 비교한다. 첫째로, 고대의 모빌리티의 형태는 《오디세이아》에서 찾을 수 있다. 여기에서 오디세우스는 20년간 여행을 하지만, 여행 자체가 목적도 아니었고 즐겁지도 않았다. 오디세우스의 여행은 귀향하여 고향에 정주한다는 목적을 위한 수단이었으며, 여행에서 마주치는 사건들은 이 목적의 달성을 늦추는 장애물에 불과했다. 이러한 정주 중심적 모빌리티 관점을 퍼킨스는 ‘단수적 모빌리티’라고 부른다. 퍼킨스는 “안장시대”, 즉 유럽 내에서 마차를 이용한 교통이 늘어나고 유럽 바깥으로는 해상 원정이 증가한 18~19세기 유럽에서 단수적 모빌리티 이념의 동요를 본다. 이 시기의 기행문, 소설, 편지 등 다양한 형태의 여행 텍스트로 재현된 독일 작가들의 여행 체험에서 퍼킨스가 목격하는 것은, 여행을 향한 욕망의 성장이다. 여행은 그 자체로 긍정적인 것으로 표상되고 추구되기 시작했다. 그 동기도 다양했다. 혹자에게 여행은 더 넓은 세계와 만나게 해 주는 것이었고, 혹자에게는 지식 획득의 도구였으며, 혹자에게는 자기형성을 가능케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행을 향한 욕망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여행의 증가와 함께, 모빌리티의 부정적인 면모도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고향의 상실, 우리의 삶이 의거할 뿌리의 상실이라는 감각이다.

오디세우스가 돌아올 고향은 없다

퍼킨스는 마지막에는 우리가 사는 현재로 돌아온다. 현대에 대한 퍼킨스의 탐구는 다시 베를린장벽의 붕괴라는 대사건을 중심으로 두 부분으로 나뉜다. 첫 번째 부분은 베를린장벽 붕괴를 전후한 시기의 모빌리티를 살펴본다. 퍼킨스는 장벽 붕괴 이전 동독의 문학에서 모빌리티의 정치적 불평등을 보며, 붕괴 직후 우주비행사의 여행에서는 특권과 준거 상실을 동시에 안겨 주는 극단적 모빌리티를 본다.
두 번째 부분은 베를린장벽 붕괴의 타격이 정리되고, 모빌리티가 보편화된 시대다. 이제 고향에 이르는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이 된 모빌리티 이념을 퍼킨스는 ‘복수적 모빌리티’라고 부른다. 복수적 모빌리티가 우리에게 가져다준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퍼킨스는 《오디세이아》로, 정확히는 《오디세이아》의 현대적 변용들로 돌아온다. 이 변용들은 과거의 《오디세이아》를 반복하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다. 고대의 오디세우스는 여행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현대의 오디세우스에게는 머무를 고향이 없다는 것이다. 보편적 모빌리티 앞에서 현대인은 현재 상태에 대처하는 능력을 잃고 만다. 이에 퍼킨스는 이 능력을 되찾고 새로운 방식으로 준거를 사고하기 위한 노력을 촉구한다. 모빌리티의 역사성에 대한 탐구는, 모빌리티로 인해 현재 우리 앞에 놓인 과제로 이어진다

현대 모빌리티는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가?

흥미로운 것은, 문화적 재현을 이용하여 모빌리티의 역사적 변천을 탐구하는 퍼킨스의 방식이다. 문화적 재현을 이용함으로써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로서의 모빌리티보다는, 작가의 시선을 통해 바라본 모빌리티에 주목하게 된다. 또는, 모빌리티 자체가 아니라 모빌리티에 대한 체험에 주목하게 된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서, 퍼킨스는 모빌리티가 “우리에게” 무엇이냐는 물음을 던질 수 있게 된다. 모빌리티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이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반성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지은이

    애니타 퍼킨스Anita Perkins - 뉴질랜드의 오타고대학에서 독일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아시아 포럼Asia Forum 웹사이트에 기고하는 작가이자 연구원이다. 최근 《모빌리티 연구 방법과 적용 핸드북 Handbook of Research Methods and Applications for Mobilities》(2020) 집필에 참여했다.

    옮긴이

    최일만 -서울대학교 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교에서 후설의 현상학을 연구하고 있다. 《현상학 하기를 배울 수 있는가?》(레스터 엠브리), 《인터넷의 철학》(휴버트 드레이퍼스), 《모빌리티 이론》(피터 애디), 《삶은 장소에서 일어난다》(데이비드 시먼) 등의 저서를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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